그냥 끄적끄적

강아지를 버리려는 그대에게 무릎 꿇고 바치는, 작고 맑은 영혼찬가.

단호박마왕 2008. 10. 24. 20:40

 

 

 

보고만 있어도 손 끝이 오그라드는 느낌.

 

그게 사랑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겠느냐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생명을 사랑하는 데에 귀천은 없다. 뜨거운 심장소리만 있을 뿐.

 

 

우리 집 강아지 돌이...

 

이 녀석보다 일 년 먼저 온 녀석이, 단  일 년만에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 저 세상으로 간 뒤

 

동물병원 의사의 사죄로 우리 집에 장가 온 녀석.

 

심지어 먼저 간 녀석의 배다른 동생이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 그저 건강하게 아프지만 말아 다오. 제발  죽지만 말아 다오.

 

그러면서 돌처럼 단단히 살라는 뜻의 '돌'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녀석, 머리도 돌인 게 조금 문제기는 하지만 고맙게도 칠 년 동안 별 탈 없이 내 옆을 지켜 준다.

 

이녀석 없는 나는 이제 상상할 수조차 없다. 녀석이 원하면 녀석을 위하는 것이라면 뭐든 주고 싶다. 다.

 

가끔은 착각을 한다. 녀석이 정말 다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뭐든.

 

녀석을 자세히 보면 표정이 있다. 감정이 있다. 그도 느끼고 있고 또 현실을 아파하고 또 즐긴다.

 

반신반의 하는 그대는 강아지를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그 조그맣지만 힘차게 뛰는 심장에 볼을 가만히 비빈 적이 있는가?

 

외출 전에 무심코 녀석의 얼굴을 보면 더 이상 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쉬운 표정의 녀석.

 

세상이 다 아스라질 때까지 사랑한다. 순수한 그 작은 영혼을.

 

고맙다. 세상에 태어나 줘서,내게로 와 줘서. 내 가슴을 달구어 주어서.

 

 

 

 

 

아무리 부탁해도 쉽사리 포즈를 취해 주지 않는 도도함도 있다.

 

 

                                           하지만 맑은 그 두 눈을 보면 화가 날 수가 없다.

 

 

                           목욕하기 싫어 낑낑대는 녀석을 붙잡고ㅡ 욕조로 가기 직전에....한 컷.

                                           목욕하기 싫어, 짜증이 났다. 렌즈를 절대 보지 않는다.

 

 

 

 

거리에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 강아지들의 서러운 운명에 대해서도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눈물은 볼을타고 말없이 흘렀다.

 

사람이 어떤 이유로 잠시 이 지구에서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한 듯한 위치에 서 있는지 나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형식일 뿐이니까.

 

더불어 산다는 말, 참 좋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끼리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그 어떤 누구도. 당신에게는 그들의 맑을 영혼을 짓밟을 권리가 없다.

 

사랑하라고까지는 하지 않겠다. 내게 역시 그럴 권리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그들도 감정이 있고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만 당신이 기억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그 작은 심장도 슬픔을 느끼고 좌절을 느낀다는 것을 잠깐이라도 생각해 주기를,

 

그리하여, 그 맑고 작은 눈에서 더이상 배신의 눈물이 흐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렇게, 무릎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