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여행 이야기/Tanzania(2010)

[삼성전자 공모전_에피소드] 탄자니아의 꽃 잔지바르 명물, 한국산 페리

단호박마왕 2010. 9. 11. 23:28

 

 

안녕하세요, 단호박마왕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한국, 한국인, 그리고 한국기업'하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정말 만감이 교차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한국인, 한국기업들의 활약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순간이 새록새록 생각나니까요.

제게는 지난 4개월 동안 매일 매일 뼈저리게 느낀 주제이지요.

때로는 미리 알고 있던 분야라 뿌듯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하던 곳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보고 감동받기도 했었지요.

그 이야기 보따리를 조금 풀어놓아 볼까요?^^

 

아프리카 배낭여행을 할 때의 일입니다.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동물의 왕국 탄자니아. 그곳에는 잔지바르라는 커다란 섬이 하나 있습니다.

그 섬은 과거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이 짙게 배어 있는 곳입니다. 왜냐고요?

서양인들이 예전에 동,중부 아프리카에서 마구잡이로 노예 사냥을 하여 그들을 아프리카 동해안에 위치한 잔지바르로 끌고 왔었답니다.

그리고 잔지바르 섬에서 착취한 여러 종류의 향신료들과 함께, 마치 짐짝처럼 배에 실려 유럽, 아메리카로 끌고갔고요.

 

그런 잔지바르는 이제 과거의 아픔을 흔적만 남긴 채,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가로 유명합니다.

저도 탄자니아에서 만난 영국,캐나다,미국 친구들과 함께 항구 도시 다르에스살람에서 페리를 타고 잔지바르에 가기로 했답니다.

 

 

 

아침 일찍 잔지바르의 페리 선착장으로 출발!

미리 끊어 둔 페리 표를 들고 룰루 랄라 달려갔지요.

탄자니아 현지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저희는 페리를 찾아 줄을 섰답니다!

 

 

 

저희가 탈 페리 표입니다. 사실 현지의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 페리는 멀미가 너무 심할 것 같아서

며칠치 밥값을 탈탈 털어서 좋은 배표를 구했답니다.

 

 

이야...

이제 아직은 동아프리카의 강렬한 태양이 높이 뜨기 전이라서 살짝 구름색이 오묘하군요.

페리가 보이니 어서 빠리 잔지바르에 가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뜁니다.

 

한참 줄을 선 끝에 드디어 저희 일행도 페리에 올랐답니다.

앗!! 그런데..

저는 페리에 오르자마자 제 눈을 의심하고 말았지요. 왜냐구요?

페리에....페리에....

 

제가 그토록 그리던 언어. 제가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언어. 제가 그렇게 듣고 싶었던 언어.

한국어가 써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엔진 조작실로 통하는 문입니다. 그런데 문에 써 있는 글씨를 자세히 보세요!

<운항 중 폐쇄>

라고 선명하게 한국어로 써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엥..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어떻게 아프리카 탄자니아 페리에 한국어가 있는 걸까요?

 

 

 

 

제 눈을 의심하며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헉! 제 눈이 오염된 것이 아니었어요.

<승무원 외 출입금지> <금연>

아름다운 한국어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흥분한 저는 마구 비명을 지르며 팔짝 팔짝 뛰었더랬죠.

그러면서 같이 간 영국,미국,캐나다,네덜란드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답니다!

 

"야 너희들, 저 영어 밑에 써 있는 저 글씨.. 저거 어느 나라 말인 줄 알아??"

 

"글쎄.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신기하고 예쁘다."

 

"저게 바로 내 조국 대한민국의 언어야! 우리는 독자적으로 우리 민족의 언어를 갖고 있지.

남한과 북한, 해외 동포까지 약 7000만 명 가량이 쓰는 말이야. 모국어 규모로 세계 13위라구!"

 

"정말? 그럼 너희 나라 사람만 쓰는 말인 거야? 너희 나라 사람이 만든 거겠네??"

 

"그렇다니까!! 세계적으로 자기 고유의 언어를 가진 나라는 얼마 안 되지.그리고 우리 말은 독자적인 것 말고도

엄청 강력한 자랑거리가 더 있어! 배우기 완전 쉬워서 문맹률이 거의 0%에 가깝다구!"

 

"우와... 진짜? 그럼 어디 한 번 가르쳐 줘 봐!"

 

일단 페리 안을 좀 더 자세히 구경하고 나서. 저는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로 약속했답니다.

오랜만에 보는 그립던 한국어를 페리 곳곳에서 찾는 재미란 정말 최고였거든요!

 

 

 

 

 

소화용 구명동의, 소화기..

그리고 정말 당연하게도 텔레비전 역시 한국의 삼성 제품입니다.

 

 

 

아마 거제도 쪽에서 일하던 배인가 봅니다. 그것을 탄자니아 측에서 구입하였겠지요^^

아.. 이역만리 아프리카 땅에서 보는 자랑스런 한글.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선실 안에는 텔레비전과 에어컨이 몇 대나 있었는데요, 모두 한국 회사의 제품이었답니다!

저는 선장님을 찾아서 이 배의 역사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답니다. 그런데 더욱 뿌듯한 말씀을 들었지요!

이 배는 원래 한국에서 쓰이던 중고배인데 인도적 차원에서 탄자니아 측에 저렴하게 판매된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역시 기술도 좋고 마음도 좋은 우리 나라!

조선업계 세계 1위라는 절대지존 기술 보유국으로서 이렇게 한국 배가 외국에서 쓰인다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상황이 조금 열악한.. 과거 우리처럼 아픈 상처를 가진 곳에서

이렇게 탄자니아 국민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 주고 있는 한국산 배를 보니 정말 흐뭇했답니다. 

 

 

 

이렇게 탄자니아 국기가 펄럭이는 한국 배 위에서..

저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글의 원리를 설명해 주었답니다.

한국어의 특이한 받침 문화에 대해 질문 폭탄을 받으면서 말이죠^^

잔지바르 섬에 도착할 즈음, 친구들에게  한글로 각자의 이름을 써서 선물했더니

다들 입이 찢어져라 신기해 하더군요!

 

우리 한국기업들..

이렇게 조금은 열악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아프리카에서까지 활약해 주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늘 지금처럼 그렇게 앞으로도 영원히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한국, 한국인, 한국기업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단호박마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