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의 일이다.
요즈음 인간으로서는 조금 감당하기 어려운 숙제량에 쩔고 있던 본인은
오늘도 정신 차리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아 배고파...
아직 자려면 멀었는데...
뱃가죽이 등가죽한테 안녕? 하네...
배고파서 잠도 안 오고 머리도 안 굴러가네 옌장...
.
.
.
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지는 이미 2시간도 넘었다ㅡ.ㅡ
숙제량과 삐까삐까한 고통이 몰려 오기 시작...
이미 너무 이른 아침(?) 이었기에 모두 자기도 하고..또 간단히 먹을 게 없나 싶어
굶주림에 몸부림치던 본인은 결국 고양이 걸음으로 방을 빠져 나왔다.
칠흑같은 마루를 익숙하게 지나 부엌으로 갔다. 살그머니 냉장고를 열었다.
우와~~~~~~~~~~~~~~!!!
우째 이럴 수가....
진짜 신기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ㅡㅡ;;;;;;;;;;;;;;;;;;;;;;;;;;;;;;;
과일칸은 오래 전에 텅텅...야채칸도 과일칸이랑 같이 관광 가셨고...
우유 칸도, 달걀 칸도...반찬 칸까지ㅡㅡ;;
과자,라면,빵,시리얼은 뭐...ㅋㅋ 그런게 남아 있음 난 당장 옷 입고 이 집을 나가야 한다.
왜냐고? 우리집이 아닐 테니까..ㅡㅡ;;
아니 그나저나 오늘 집에 뭔 일 있었나.....?ㅡㅡ;;
있는 건 구석에 앉아 오들오들 떨고 있는 찬밥 한 덩이. 김치도 썰어 놓은 것이 없다.
김치는 방금 꺼내 썰어 먹는 게 최고라는 어머니의 지론에 의한 참사....ㅠ.ㅠ
결국 찬밥 한 덩이를 꺼내긴 했는데 난감하다. 이미 너무 배고파서 그만둘 수도 없다.
일단 조용히 밥을 전자렌지에 넣었다. 전자렌지가 이중문으로 되어 있어 밤에도 ok...ㅋㅋ
그리곤 밥이 건식 사우나를 하는 동안 찬장을 열었다. 헐, 고추장도 퍼다 놓은 게 없네ㅡㅡa
아니... 그 때 그때 먹는 것도 좋지만...이러다 아사하겠다...-_-
앗!! 그 때 보이는 통, 구세주 같이 혜성같이 나타난 그것은...
다름아닌 황설탕. 그래 이게 어디야. 미원보다는 낫지.
그리곤 밥을 꺼내 설탕통을 들고 어둠을 더듬어 수저를 하나 찾아 방으로 왔다.
헐. 와 보니까 수저가 아니고 포크다-_- 그렇다고 다시 나가긴 귀차나...그냥 먹지 뭐...-_-
김이 나는 밥에 설탕을 시워~언 하게 부었다.
오, 역시 인생에서의 첫 경험은 뭐든 설렌다. 첫 데이트, 첫 등교, 첫 만남...그리고
첫 설탕덮밥....-_-
스스로가 생각하고도 엽기라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ㅡㅡ;;
배는 좀 고팠지만.
밥을 데웠더니 설탕이 살짝 녹아든다. 오, 괜찮은데? 비비기 좋겠어..ㅋㅋㅋ
우리집은 보리와 콩을 절대 빼놓지 않는다.
맛있으니까-0- 설탕에 섞어도 물론 맛있어 보인다.
밥이 뜨거우니까, 설탕이 녹아 국물이 되면서
끈적끈적하게 밥에 달라 붙는다. 와우~ 비비는 데는 최고!
자기최면을 시작한다.
레드 썬!!!!!!!!!!!!
이건....
리조또다....
리조또다....
그래, 꿀 리조또다...
자.....녹아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당히 설탕 국물이 생기자, 포크로 비벼 한 입 넣었다!!
맛은???
믿기지 않겠지만.
맛있었다ㅡㅡ;;;;;;;;;;;;;;;;;;;;;;;;;;;;;;;;;;;;;;;;;;
이건 내거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를 증명하는 것일지도.
역시 선조님들은 옳았다. 시장은 반찬이다.
포크니까 옆을 긁어 먹을 수가 없네...젠장...
결국 혀로 해결했다-_-;;;
아. 정신없이 설탕 리조또를 먹고 나서 시계를 보니 2분이 지났다.
밥 한 공기 퍼먹는데 2분이 걸렸군. 그리고 2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배고픈 소쿠리 할아버지와 배부른 돼지의 차이였다.
오늘의 결론.
어머님들이여...
아무리 방금 썬 김치가 맛있고 방금 한 찬이 맛있고 방금 뜬 고추장이 맛있어도...
쪼끔은....남겨주세요...ㅠㅠ
ㅋㅋㅋㅋ 시장은 , 정말 최고의 반찬이었다!!!
-단호박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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